건강을 읽다

혼밥의 이유는 사람마다 다른데, 자유롭고 편하니 혼자 먹는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과 같이 먹는 것이 불편해서 혼자 먹는 사람도 있으며, 그냥 밥 먹을 때가 됐는데 혼자라서 혼자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슬픈 경우가 있다면 같이 먹고 싶은데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어서 혼자 먹을 수밖에 없는 경우로, 하지만 혼자 밥을 먹는다고 해서 그게 꼭 따돌림당한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으니 함부로 단정 지어서는 안 됩니다.

 

 

한국에서의 혼밥

 

 


한국 문화에선 누군가와 같이 밥 먹는것은 당연한 모습이자 식사자리는 친교 도모의 목적도 가지고 있어서 남들 가운데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이 익숙한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눈치보이고 남들 시선도 견뎌야 하는 그런 독특한 행위였습니다.

 

실제로 1980~90년대에 나온 책을 보면,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해야 소화도 잘된다면서 밥 먹을 때 침묵하는 전통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제 밥 한 번 같이 먹자." 라는 말에서 현대의 한국의 식사 문화가 혼밥과는 비교적 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 식사 문화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대표적인 흔적이며, 놀이보다 술이나 밥을 약속으로 삼는 일이 많은 것을 볼 때 한국인의 식사 문화는 근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포함된 사회적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또한 이는 밥을 같이 먹는 행위가 적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밥을 같이 먹는 행위가 일상적이었다면 밥을 같이 먹자는 표현을 쓰지 않을 수 있습니다.

 

비슷한 예로 겸상의 의미가 상대와 동격이라는 의미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혼밥이 일상이고 겸상과 같이 밥먹는 행위는 상당히 특수한 케이스라고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군대의 경우는 그냥 효율성 차원에서 한 곳에 모여 후다닥 식사를 빨리 해치우는 개념이기 때문에 친교의 기능 같은 것은 전혀 없습니다.

 

사실, 수십 년 전엔 식사란 그저 배고픔을 달래는 행위였으므로 군대에서나 군대 밖에서나 편의상 한 장소에 모일 뿐이지, 굳이 말을 섞거나 상대방에게 신경 쓰지 않는 사실상의 혼밥 문화였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혼밥 차별?

 

"마주 보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식사가 정상적이다"라는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주장과는 달리, 한국 사회에서 2인 이상의 식사는 연인 사이나, 베스트 프렌드 사이가 아닌 한, 의무적으로 이루어지는 의미 없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연인이나 베프 사이라 하더라도 스케줄이 항상 맞아 떨어진다는 보장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혼밥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일부 외식 업체의 편의상 2인분 이상 주문을 강요하기 위해서 은연 중에 그런 분위기를 유도한 흔적도 있습니다.

 

 

식당에서 "혼자 오셨어요?"라고 물어보고 "2인분부터 주문 가능하세요"라고 했을 때 왠지 뻘쭘한 기분이 들었다면 자연히 "혼밥은 남들이 이상하게 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입니다.

 

이때 식당 측에서 저런 질문을 하는 것은 한 테이블에 2인씩 마주 앉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해야 한 번에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본인이 2인분을 한 번에 헤치울 수 있는 대식가라면 상관없습니다.

 

반대로 오래된 냉면집이나 국밥집 등은 붐비는 시간이 아닌 때에 어르신들이 혼자 들어와서 간단히 반주를 드시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가게들은 처음부터 "술 팔아서 돈 버는" 장사이기 때문입니다.

 

 

드라마의 영향


과거에는 식사 자리에서 별다른 대화가 없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고, 운전 기사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기사 식당에서 혼자 식사를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특히 작가의 경우 혼자서 집필 작업을 하니 혼밥은 일상입니다.

 

하지만, 대사로 상황을 전달해야 하는 드라마의 특성상, 식사 장면이 등장하면 반드시 대사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말 없이 식사에 충실한 모습은 소소한 일상을 주제로 한 드라마가 아닌 한 불필요한 장면입니다.

 

특히 한국은 자극적인 사건의 점철로 이루어진 드라마가 주류이므로 대사가 많지 않은 장면 자체가 시청자들에겐 낯섭니다.

 

이처럼 드라마에서조차도 혼밥보다는 여럿이 모여 떠드는 것이 자주 나오다 보니 혼자서 밥을 먹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인식이 자연스레 형성되었을 수 있습니다.

 

 

의외로 오래된 독상문화

 

 

일본이나 대한민국도 1인 가정, 독신, 미혼이 늘어나면서 개인주의가 갈수록 늘어나고, 혼자 밥 먹는 걸 별로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경우가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식당의 종류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실제로 중국집에서 서빙을 해보면 요즘에는 혼자 오는 손님도 적지 않고, 딱히 위화감이 생기지도 않습니다.

 

사실 한국의 이러한 '같이 먹는' 겸상 문화는 전통이라 보기엔 애매한데 상기한 인용문에서처럼 원래는 한국도 1인 1상으로 혼밥이 기본이었습니다.

 

물론 독상이라고 해도 여럿이 같은 공간에서 식사를 함께 하긴 했지만, 지금처럼 하나의 국과 반찬을 두고 여럿이 같이 한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하는건 비교적 최근부터 시작된 일입니다.

 

 

보면 알겠지만 1인 1상으로 하면 모든 사람들에게 밥그릇, 반찬그릇, 국그릇 등을 따로따로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그릇 수가 늘어나서 준비도 힘들고 설거지도 힘듭니다. 조선시대 아낙의 삶이 고되다고 한 건 이유가 다 있었습니다.

 

특히나 당시에는 대가족이라 사람 수가 어마무시하니... 이러한 혼밥 문화는 역사가 엄청나게 길어서, 고려시대 때 그림과 글로 남겨진 기록은 물론이거니와, 고구려 시대 벽화에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겸상이 처음 한국에서 거론된 것은 1936년 일제강점기 동아일보의 사설인데, 여기서는 겸상을 하면 자원을 절약하고 주부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취지에서 외상의 절대폐지를 주장하는 여성운동취지의 구호였습니다.

 

이후 이러한 겸상문화가 완전히 일반화된건 6.25 전쟁 이후 물자 부족으로 모든 가족들에게 1인 1상을 차려줄만큼 여유가 없어져서였습니다.

 

 

말인즉 시대가 급격하게 변하다 보니 '아랫것들과 불편하게 같이 먹을 수 없다.'라는 의식에서 출발하는 양반의 문화였던 혼밥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자원적 궁핍으로 인해 서민의 문화였던 겸상이 메인으로 뒤바뀐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같이 밥을 먹는 사람간에 '서로 같은 신분/수평적이고 평등한 존재로 의식하냐? 의식하지 않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군대에서는 사병과 장교간에 완전히 다른 신분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아예 사병식당과, 간부식당이 별도로 존재합니다. 비슷하게 중고등학교에서는 교직원 화장실, 학생용 화장실이 별도로 존재합니다.

 

 

대학교에서도 학생식당과 교직원식당이 별도로 존재합니다. 같은 상에서 같이 밥을 먹으면 서로 수평적 관계가 형성되기 쉽기 때문에 계급사회였던 과거 양반 문화는 겸상을 피한것입니다.

 

서양에서도 귀족이나 왕이 식사를 할 때 가족이 아닌 기사나 가신, 신하, 손님과 같은 식탁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를 신뢰하고 대우해준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따라서 전통적인 식문화에서 피치못하게 윗계급의 사람이 아래계급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계급구조가 흔들리는 행위로 여겨졌을 것입니다.

 

가정 간에서도 아버지와 아들이 같을수는 없었고 또 남자와 여자가 같을 수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나뉘어진 것입니다.

 

 

혼밥 위생에서의 이점


혼밥의 이점은 더 위생적이라는 것입니다. 한국 요리의 경우, 국과 찌개, 반찬을 타인과 공유하면서 먹는 문화라서 매우 비위생적입니다.

 

먹는 과정에서 침 등이 섞이게 마련이고, 전염병 등에 취약합니다. 최근에는 국, 찌개에 한정해서 덜어 먹는 문화가 생기고는 있지만 완전히 보편화된 상황은 아니며, 고깃집 등에서는 여전히 국/찌개 하나를 두고, 여러 사람이 수저를 집어 넣어 떠먹습니다. 굉장히 비위생적입니다.

 

 

혼밥하기 좋은식당

 

 

 

 

격식없이, 싸게, 빠른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식사를 제공하는 곳은 대체로 혼자 밥을 먹기 쉬운 편입니다.

 

학식, 기사식당, 분식집, 편의점,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 주변 식당 같은 곳이 좋은 예이며, 실제로 혼자 밥을 먹는 사람도 많으며, 햄버거와 같은 패스트푸드도 혼자 먹기에 별 부담이 없습니다.

 

반대로 고급 레스토랑, 고급 한정식집같은 비싸고, 격식있고, 혼자 오는 손님이 거의 없는 곳에서는 혼자 밥을 먹기 상당히 부담스럽고 1인 손님은 아예 받지 않는 곳도 간간히 있습니다.

 

뷔페나 무한 리필 가게의 경우도 일행 없이 혼자 오는 경우 테이블 자리만 차지하고,  가게 입장에서는 손해기 때문에 2~3인 이상부터 입장 가능이라는 제한을 걸어 놓기까지 합니다.

 

사실 이런데는 혼자손님은 먹기만하고 술도 잘 안먹는데 자리만 차지해, 단체손님이 올 기회만 날아가고, 결국은 여럿이서 오는 손님에 비해 돈이 안되고 큰 손해라 안 받는다는 경우가 부지기수. 고깃집도 아직 그런 가게가 종종 있습니다.

 

(출처) https://namu.wiki/w/혼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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