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읽다

토미 존 서저리란 무엇인가요?

 


투수의 던지는 팔에 일어나는 부상 중 가장 심각하고 재활기간이 길게 걸리는 두 가지 부위가 팔꿈치 인대와 어깨 회전근입니다. 이 중 어깨 회전근 수술은 성공확률 그 자체가 낮은 반면, 토미 존 서저리는 수술 자체는 매우 쉽고 성공률도 높으나 재활이 매우 어렵고 긴 수술입니다.

 

이 때문에 투수들 최고의 절망이자 최후의 희망이라는 역설적인 표현이 쓰이게 되는데 이 표현 자체가 과장이 아닙니다.

 

명칭은 당시 팔꿈치 척골 측부인대 부상으로 데드암에 걸리고, 이 수술을 처음으로 받은 투수 토미 존에서 유래했습니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혹은 '팔꿈치 인대 교체 수술', '측부 인대 재건술'이라고 풀어쓰기도 합니다.

 

 

투수 유형에 따른 부상정도

 


척골 측부인대 손상의 가능성이 가장 큰 투수유형은 오버핸드입니다. 어떤 방식이건 어깨위로 던지는 것은 인체의 자연스런 움직임이 아닌지라 근육과 인대에 큰 무리가 갑니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는 자세는 일명 inverted-W라는 피칭 동작입니다.

 

 

지금 위와 같이 팔꿈치를 어깨 위로 올려봅니다. 등쪽의 근육이 움직이게 됩니다. 인대가 상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어깨만을 이용하고 등 근육이 그에 따라 발달되지 않기 때문이기에, 아예 팔꿈치를 들어올려서 등쪽의 근육을 사용하면 구속 증가와 함께 등 근육도 발달되어 부상의 위험을 줄이는 1석2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언더핸드나 사이드암은 이런 부상이 거의 없습니다. 이쪽은 오버핸드나 스리쿼터에 비해 대체적으로 팔동작이 큰 투수들이 많고 팔꿈치를 능동적으로 쓰는 투수들이 드물기 때문입니다. 대신 허리와 무릎에 부하가 많이 걸립니다.

 

토미 존 서저리 수술과정

 

 


1. 일단 손상된 인대를 제거한다.


2. 손상된 인대를 대체할 힘줄이 있는 부위에서 힘줄을 떼낸다.


3. 팔꿈치를 이루는 위쪽 뼈와 아래쪽 뼈에 각각 두 개씩의 구멍을 뚫는다.


4. 신선한(?) 힘줄을 8자 모양으로 끼운다.

 

 

요즘엔 8자 모양의 윗부분을 서로 연결시켜 줌으로써 신장력을 더 크게 하는 게 유행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이식된 힘줄은 시간이 지나면서 인대처럼 변해 팔꿈치를 지지해 줄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면 크나큰 오산. 더욱 더 큰 고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실 수술 자체는 1~2시간 내외로 끝날정도로 간단하나 지독하게 버티기 힘든 건 그 다음. 수술 후 열흘간은 팔에 부목을 댄 채 움직이지 않아야 하며 부목을 제거한 후에는 보조기를 착용한 뒤 30도 가량 구부리고 100도 가량 펴는 운동을 해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운동량을 늘려가며 이 재활훈련은 1년 이상(약 12~18개월 정도)이 소요됩니다.

 

 

토미 존 서저리 수술 후

 


토미 존 수술을 받은 선수들의 경우 손상된 인대가 싱싱한 인대로 대체되므로 수술 후 오히려 구위가 좋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토미 존 수술의 핵심은 수술보다 재활과정입니다.

 

토미 존 수술은 1시간 가량 걸리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지만, 수술 후 약 18개월(짧게는 12개월, 길게는 24개월) 이라는 오랜 시간동안 재활을 해야합니다.

 

최초의 시술자 토미 존을 비롯한 토미 존 수술 후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이어간 모든 선수는 이 고통스러운 재활 기간을 훌륭히 수행해낸 근성있는 선수들입니다.

 

 

이 수술을 받은 후 구속이 수술 전보다 좋아진 덕분에 멀쩡한 인대를 가지고 있는데도 토미 존 서저리를 하는 게 낫지 않냐고 생각하기 쉬운데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수술 받고 좋아진 건, 수술 전 인대상태가 심하게 안좋았거나 재활과 노력 혹은 투구폼을 다시 만들면서 발견하게 되는 행운 정도입니다.

 

 

팔꿈치 인대 손상은 투수에겐 만성적이고 고질적인 부상이기 때문에 손상된 인대로 던지는 공보다 건강한 인대로 치환하는 수술을 받고 재활한 후 아프지 않은 팔로 던지는 공이 빠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술 후 구속이 오른 임창용도 단지 아프지 않기 때문에 온 힘을 다해 던질 뿐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의사들은 토미 존 수술로 얻을 수 있는 최대치를 운이 좋으면 다치기 전과 동일한 구속이라고 단언합니다.

 

 

"결코 서두르지 마세요. 빨리 회복하려고 서두른다고 팔이 빨리 낫는 건 아닙니다. 당신이 재활 프로그램을 충실히 한다면 메이저리그에서 이제까지 당신이 던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 동안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입니다."


ㅡ 토미 존


토미 존이 저 수술을 받던 시기엔 성공률이 5%에 불과할 정도로 암울했지만 40여년이 지난 지금에 들어선 기술이 발달했고 의사들의 경험도 많아져서 요즘엔 수술 실패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수술 실패로 투수생명을 끝내는 선수는 드문니다.

 

LA 조브 클리닉은 2014년 기준 수술 완치 가능성은 95% 이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재활을 잘못해서 훅 가는 선수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재활을 게을리 해서 예전만 못하게 된다든가, 급히 돌아왔는데 구속이 집 나가거나, 누군가에 의해 강제적으로 급히 복귀하여 다시 재발하여 수술&재활을 한다든가. 그래서 구단과 코치들이 이러한 선수들 재활에 유난히 신경쓰고 있습니다.

 

보통 새로운 수술이 개발되면 수술자의 이름이 붙는 것과는 달리 피수술자인 토미 존의 이름이 붙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선수 본인이 장기간 재활 프로그램의 지루함과 조바심을 극복하고 충실히 재활을 수행해야만 성공적인 복귀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프랭크 조브 박사 본인이 토미 존 수술이라고 이름 붙인 것입니다. 선수들과 구단은 인내심을 가지고 열심히 재활해야 합니다.

 

 

 토미 존 수술을 받은 선수들

 


토미 존 이후 토미 존 수술을 받은 야구선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MLB에서는 이제 상당히 흔한 수술.

 

한국에서는 1992년 태평양 돌핀스의 신인투수였던 정민태가 최초로 토미존 서저리를 받은 선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건 MLB를 경험했던 정동진 당시 태평양 감독이라는 굉장히 희소한 상황 + 정동진 감독을 통해서 토미 존 서저리 권위자 제임스 앤드류스 박사에게 집도받은 것 + 리빌딩을 계획하고 1년 6개월 이상 되는 장기적 재활 과정을 지켜주었던 태평양 구단과 정동진 감독의 인내 + 정동진 감독이 영입해서 투수코치로 막 부임했던 김시진이 재활기간 동안 지도해 주었던 것 등 많은 행운이 겹친 결과였습니다.

 

 

알다시피 이후 매우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내면서 토미 존 서저리가 좋은 선택지라는 전례를 한국 프로야구계에도 남겼습니다. 이후에는 류현진과 오승환이 토미 존 서저리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데 두 선수 모두 재활을 충실하게 한 덕에 수술전보다 구속이 증가되었습니다.

 

두 선수 모두 아마시절 이 수술을 받아서 부상 재발 위험때문에 드래프트에서 실력에 비해 픽 순위가 낮아졌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임창용의 경우에도 수술 전보다 수술 후 구속이 더 증가된 케이스.

권오준, 권혁, 한기주 등 한국에도 많은 선수들이 토미 존 서저리를 받았습니다.

 

재활 실패 사례도 있는데, 상당수는 재활의 문제입니다.

 

2010년대 중후반에는 토미 존 서저리 수술 기법과 재활 훈련의 정립으로, 사례가 가볍고 수술이 성공적인 경우에는 수술 후 복귀를 위한 재활 기간을 1년 남짓으로 잡기도 하지만, 2000년대까지 토미 존 서저리 이후 재활에 필요한 기간은 무조건 최소한 1년 6개월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음만 급해서 재활 기간을 짧게 가져가거나, 재활훈련에 실패한 경우에는 복귀 실패라는 결과를 맞이하게 됩니다.

 

배영수가 너무 빨리 재활을 끝내서 복귀 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배영수는 역대 토미존 서저리를 받은 투수 중 팔꿈치 상태가 거의 최악이었다고 합니다. 보통은 인대가 너덜너덜해지는 정도인데 배영수는 아예 끊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박찬호가 배영수의 소식을 듣고 '2년 재활 생각해라'라고 조언을 했지만 본인의 의지인지 팀에서 그렇게 시켰는지 아무튼 1년만에 재활을 끝내고 복귀했습니다.

 

이른 복귀를 선택한 배영수의 결과야 뭐... 서재응의 경우에도 수술 후 전성기때의 구속은 결국 돌아오지 않아 제구/변화구 위주로 스타일을 바꾸었습니다.

 

주형광, 조성민은 복귀 시점을 너무 빨리 잡아서 부상 재발로 은퇴한 케이스. 반대로 기약없이 재활하다 가망이 안보여서 은퇴하는경우도 많습니다.

 

토미 존 수술 과연 투수만 받을까

 


토미 존 본인도 투수고 팔과 관련된 부상이어서 투수들만 받는 수술이라고 착각하기 쉬우나 야수는 물론 다른 종목 선수들도 팔꿈치 인대를 다치면 거의 다 이 방법으로 치료합니다. (특히 미식축구의 쿼터백이 많이 받는 편.)

 

투수 말고 토미 존 수술을 받은 선수 중에는 추신수가 있습니다.

 

추신수의 경우 우익수 수비에서의 허슬플레이 중에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 받은거라고 하지만 사실 이전부터 고교 야구 시절 투수로 하면서 연투를 많이 했던 것도 쌓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내에서도 홈런 타자 박병호가 2010시즌 중에 팔꿈치 부상으로 토미존 수술을 받았으며, 외야수 유한준도 2011시즌 직후에 받았습니다.

 

 

일반인은 사실 받을 일이 거의 없는 수술입니다.

 

일반인이 팔의 인대가 끊어지는 것도 흔하지 않은 일이며, 설령 끊어졌다해도 단순한 재건술만 시켜줍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야구선수, 특히 투수들은 쓰는 팔꿈치 인대가 끊어지면 몸에서 다른 인대를 가져와 쓰고 그게 망가지면 또 다른데서 끌어와야 할 정도로 팔이 재산 1호인 직업이라서 이런 수술을 받는 것입니다. 일반인들은 팔 한쪽 인대가 끊어졌다고 다른 팔에서 안 가져와도 잘 살 것입니다.

 

비단 팔꿈치 뿐이 아니라 회전근개 파열도 마찬가지로, 일반인들은 정도가 약하면 수술을 하지 않더라도 적절한 스트레칭과 관리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지만 운동선수들은 커리어를 접어야 할 수준의 절망적인 부상이니...

 

 

그러나 사회인야구를 하는 일반인들중 토미존을 받으면 구속이 상승된다고 무조건 믿고 이 수술을 받을려는 정신나간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합니다.

 

많은 스포츠 선수들의 선수 생명 연장에 공헌한 프랭크 조브 박사는 2013년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고, 2014년 3월 7일 향년 88세의 나이로 타계했습니다.

 

 

(출처) namu.wiki

(이미지 출처) https://pixabay.com/ko/

(이미지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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