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를 쉭 가르는 날카로운 스윙, 단단하고 조그만 공이 통통 굴러가 홀 안에 또로롱 들어가는 소리, 복권에 당첨되듯 희귀하게 터져 나오는 홀인원의 짜릿함까지.
골프는 생각보다 재미난 요소가 많은 스포츠다. 무엇보다도 112년만의 올림픽 복귀 덕에 골프는 팀 코리아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효자종목으로 거듭났다.
골프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은 근력도 체력도 아닌 매너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있듯 골프는 일반인들의 연습 라운딩에서 프로선수들의 투어 대회에 이르기까지 예절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따라다닌다. 오죽하면 <골프 에티켓>이라는 책이 따로 존재할 정도다.
국제적으로 통용된 <골프 규칙>의 제1장 역시 에티켓으로 문을 연다. 에티켓은 ‘골프는 대부분 심판원의 감독 없이 플레이된다.
그래서 골프 경기는 다른 플레이어들을 배려하고 규칙을 준수하는 사람의 성실성 여하에 달려 있다’라는 서론부터 출발해 ‘불필요한 잡음을 내서 그들의 플레이를 방해하면 안 된다’처럼 선수들 간의 예절, ‘플레이어들이 만든 움푹 팬 곳이나 발자국을 모두 잘 메워서 평탄하게 골라놓아야 한다’ 같은 시설물 이용 질서까지 꼼꼼히 기재됐다.
이렇듯 상대 선수를 배려하고 이용하는 경기장까지 스스로 지키는 종목이 골프지만 그럼에도 논란은 발생한다. 최근의 사례가 지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있었다.
대회의 우승자 페르닐라 린드베리의 ‘늑장 루틴’이 문제였다. 본인은 치기 전에 자세를 몇 번이나 고치며 상대의 인내심을 시험해놓고 같은 조의 박성현(25)이 샷을 한 직후에는 공이 떨어지기도 전에 다가와 빨리 나가라는 듯 재촉하는 비매너까지 일삼았다.
그리고 골프는 1900년 파리올림픽, 1904년 세인트루이스올림픽에 두 차례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가 2016년 리우올림픽을 기점으로 112년 만에 정식종목의 지위를 되찾았다.
우리나라 골프의 부흥, 아니 대한민국의 희망이 다시 꽃핀 데에는 박세리의 공을 절대 빼놓을 수 없다. 박세리는 1998년 US여자오픈 대회 도중 해저드에 빠지기 직전의 공을 건져내기 위해 신발과 양발을 벗고 물속에 들어가 쳐내는 투혼을 발휘했고 끝내 한국인 최초로 LPGA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이 장면은 양희은이 부른 노래 ‘상록수’와 엮여 공익광고로도 등장하면서 IMF로 인해 무너져 내린 국민들의 가슴에 큰 희망을 안겼다. 또한 이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아 골프에 입문한 박세리 키즈가 연이어 등장해 한국 여자프로골프의 부흥이 지금껏 지켜지고 있다.
여자골프에 박세리가 있다면 남자골프에는 최경주가 있다. 최경주는 1993년 데뷔해 현재 PGA 투어 8승과 유러피언 투어 1승 등 전 세계를 돌며 통산 18승을 거뒀다. ‘탱크’라는 별명답게 올해 나이 48세에도 꾸준히 PGA 투어에 뛰고 있는 현역이기도 하다.
선수 활동을 지속하면서도 그는 최경주재단을 2008년 설립해 10년째 500여 명의 골프 유망주를 후원 중이다. 지난 5월에는 장학생 출신인 인주연이 처음으로 KLPGA에서 우승하는 겹경사까지 맞았다.
한국 골프계의 양대 전설 박세리와 최경주의 공통점은 또 있다. 한 세기가 넘는 기다림 끝에 돌아온 올림픽에 대한민국 골프 대표팀 감독으로 나섰던 것이다.
박세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여자 대표팀은 박인비 선수가 리디아 고(뉴질랜드 국적)를 다섯 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해 대한민국 골프계에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다.
최경주 감독이 이끈 남자 대표팀은 비록 메달권에 들지는 못했으나 26세의 젊은 피 안병훈이 공동 11위에 이름을 올리며 4년 후의 미래를 기대케 했다.
(출처) 대한체육회/체육간행물/2018년 07월호/스포츠하이라이트/스포츠칼럼 (매너가 골프를 만든다) (https://www.sport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