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즐기는 다양한 스포츠의 경기장들은 어떠한 연유에서 지금의 크기로 결정된 것일까?
가장 넓은 경기장에서 좁은 운동장, 규격과 비규격의 경기장 크기를 통해 스포츠에 숨겨진 이야기와 과학을 알아보자.
수많은 스포츠 종목 중 대부분 특정한 경기장 내에서 행해진다. 물론 마라톤 철인 3종 경기와 같은 야외경기도 구조물의 형태만 아닐 뿐 일정 구획 내에서 치러진다.
포괄적 의미로 따지면 가장 넓은 경기장을 활용하는 스포츠는 마라톤일 것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무려 42.195km를 달린다. 이는 순수한 인간의 두 발로 달리는 경우이고 자전거와 수영이 가세한 철인 3종 경기는 올림픽 스탠다드 코스의 경우 무려 51.5km에 이른다.
아이언맨 코스의 경우는 마라톤 풀코스가 포함되어 무려 226km에 이른다. 평균 9시간이 소요되는 글자 그대로 철인들만 가능한 경기이다. 인간의 육체에 모터가 가세한 자동차 랠리의 경우는 경기장이 무려 7,500km에 이르니 이는 논외로 하자.
일정 구획을 가진 스포츠 중 가장 넓은 면적을 사용하는 경기는 골프일 것이다. 대략 18홀 기준 평균 30만 평에 이르는 광활한 구역을 차지한다. 골프 코스는 장구한 역사를 거치면서 18홀로 정착되었지만 초반에는 홀의 규모와 크기가 제각각이었다.
홀 컵의 크기, 코스의 스타일이 다양했기 때문이다. 1891년, 마침내 크기의 규정이 마련되었다. 홀 컵의 직경은 108mm다. 그린에 구멍을 뚫는 홀 커터는 1829년, 영국의 어느 골프장의 일꾼들이 개발하였는데 그 크기가 4.25인치로 이를 환산하면 108mm가 된다.
이 장비는 지금도 Royal Musselburgh Golf Club에 가면 전시되어 있다.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108 번뇌를 상징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10m 권총 사격의 경우 표적지는 가로세로 17cm이다. 하지만 10m라는 물리적 공간이 필요하다. 다트 역시 스틸이든 소프트든 숫자 배열은 같으나 다트판 크기는 다르다.
스틸 다트판의 지름은 34.4㎝(13.5인치), 소프트 다트판은 39.4㎝(15.5인치)다. 스로 라인부터 다트판까지 거리도 스틸은 237㎝인 반면 소프트는 243㎝로 더 멀다.
먼 만큼 판의 표적은 크니까 조건은 비슷한 셈이다. 다트판의 크기는 권총 사격지 보다 크지만 물리적 공간은 대략 3m만 확보되어도 가능한 셈이다.
구기 종목 중 가장 작은 경기장은 탁구와 당구가 자웅을 겨룬다. 탁구대 규격은 274cm x 152cm이지만 당구의 경우 다양한 규격이 있다. 가장 작은 국내식 중대의 경우 외경 기준 150cm x 272cm로 당구 경기장이 근소하게 작은 편이다.
탁구나 당구처럼 경기장의 크기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은 대표적인 구기 종목은 야구이다.
내야의 경우 마운드와 본루 사이의 거리는 60피트 6인치(18.44m), 루 사이의 거리는 90피트(27.4m), 마운드에서 내야선까지 길이는 95피트(28.9m)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외야의 경우는 야구장마다 천차만별이다,
1958년 최소 규정이 외야까지 양익 320ft(97.534m), 센터 400ft(121.918m) 이상을 요하는 운동장의 크기가 이상적이라고 규정되어 있긴 하지만 더 길어도 아무 문제가 없고 외야 담장이 없어도 문제가 안 된다. 이는 야구가 19세기 무렵 내야 위주의 플레이로 시작된 것에 기인한다.
반발력이 약한 공과 플라이볼은 원 바운드로 잡아도 아웃이 되는 규정 때문에 대부분의 타자들을 땅볼 위주로 볼을 쳤다. 20세기 들어 야구는 미국에서 스포츠 비즈니스의 주요 종목으로 부각되면서 외곽에 있던 야구장을 시내로, 그것도 교통이 편리한 곳으로 옮길 필요가 대두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미 조성된 시내의 구획에 따라 야구장을 지어야 하므로 야구장은 토지구획에 따라 좌우대칭이 안 되는 삐딱한 모양의 구장이 지어지기도 하고 구장 길이와 폭도 도로 여건상 들쑥날쑥해졌다. 하지만 이렇게 지어진 구장의 디자인은 나름대로 개성으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시간이 지난 야구장은 드넓은 서부로 나가면서 좌우대칭형의 구장을 짓기도 하다가 그 개성 없음에 실망한 관중을 위해 다시 과거의 모습을 살린 개성적인 구장을 건설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야구장의 표준화된 규격 크기는 없는 셈이다.
야구는 아직도 몇몇 국가에서 인기를 모으는 소위 그들만의 리그로 치러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혹시 전 세계적으로 야구 인구가 늘어난다면 외야 규정까지 정비될 날이 올 것이다.
축구도 경기장 크기가 제 각각이다. 일반 경기의 경우, 길이 90~120m 너비 45~90m, 국제경기는 100~110m 너비는 64~75m로 되어 있었다, FIFA에서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국제공인 경기장을 길이 105m 넓이 68m로 권장하게 되었다. 역시 강제규정은 아니다. 따라서 당시 한국과 일본은 이 규격에 맞추어 경기장을 건설하였다.
축구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답게 경기장의 크기도 여타 스포츠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 대량의 관중이 입장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고 이런 축구장은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어 관광명소가 되기도 하고, 공연장 등 다채로운 행사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로 건설된 축구 경기장을 수용 규모로 살펴보면 유럽에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프 누 경기장이 가장 크다, 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FC바르셀로나의 홈구장으로 이용된다.
인도에서는 쿨가타에 건립된 솔트레이크 스타디움이 손꼽힌다. 무려 12만 명을 수용하는 초대형 경기장으로 인도의 축구 열기를 짐작하게 할 수 있다. 축구 강국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마라카낭 경기장은 무려 19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초대형 경기장으로 건설되었다,
지금은 안전상의 문제로 객석을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축구강국에 초대형 경기장이 위치하지만 예외도 있다. 평양에 있는 능라도 5.1 경기장은 무려 1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초대형 경기장으로 알려진다. 비공식적으로 관객 수용 1위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FC서울의 홈구장인 서울월드컵 경기장(상암구장)이 관람석 66,704석으로 가장 크다. 축구전용 구장으로는 아시아에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출처) 대한체육회/체육간행물/2020년 3월호/스포츠하이라이트/스포츠칼럼 (경기장 크기는 어떻게 정해졌을까) (https://www.sport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