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마케팅 시장에서 에이전트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통한다. 선수가 하나의 상품이라면 그 상품을 가공하는 역할은 온전히 에이전트의 몫이다.
단순히 기량만 뛰어나다고 스타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구단과 팬이 원하는 모습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바로 에이전트의 역할과 책임이다.
스포츠 에이전트란 한 마디로 선수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연봉협상, 일정관리부터 의료혜택, 병역문제에 이르기까지 선수와 관련된 업무를 처리한다. 체력관리, 이미지 메이킹, 스폰서 섭외, 언론 홍보는 물론 선수의 사생활에 이르기까지 현대 스포츠에서 에이전트의 업무는 굉장히 넓다.
선수의 모든 경기를 모니터하고, 수시로 건강상태를 점검하면서 선수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경기 외의 일을 에이전트에게 일임한 덕분에 선수는 걱정 없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
구단과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선수는 기존 구단과 재계약을 맺거나 다른 구단으로 이적한다. 이때 스포츠 에이전트는 선수가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구단과 연봉협상을 한다. 스포츠 에이전트의 수익도 계약을 맺을 때 발생한다.
계약조건, 종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통상적으로 선수별 계약 연봉의 10%를 수익으로 얻는다. 광고 등 별도의 수입은 선수와 협의 하에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단, 골프의 경우 에이전트 수수료는 메인 스폰서가 부담하는 것이 관례이며 수수료는 계약 금액의 약 20% 수준이다.
기존 선수의 상품성을 부각하는 일 못지않게 유망 신인을 발굴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에이전트의 능력은 사실상 여기서 판가름이 난다고 볼 수 있다.
무명선수의 잠재력을 끌어올려 일약 스타로 만드는 건 에이전트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때문에 고등부 나아가 유소년 경기까지 일일이 찾아다니며 가능성 있는 원석을 가려낸다.
최근에는 프리미어리그, 메이저리그 등 국내선수들의 해외 진출 러시가 이어지면서 국내구단뿐 아니라 해외구단과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도 에이전트의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국내선수를 해외구단에 진출시키는 업무와 해외선수를 국내구단에 입단시키는 양방향 업무를 원활하게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구단과의 비즈니스를 위해 스포츠 에이전트는 근무기간 중 절반가량을 해외에서 보낸다. 규모가 큰 에이전트는 현지에서 근무하는 에이전트를 따로 고용하기도 한다.
스포츠 스타들의 천문학적인 몸값이 화제를 모으며 스포츠 에이전트에 대한 관심 역시 고조됐지만, 현 시점에서 국내 스포츠 에이전트의 입지는 좁은 편이다.
농구나 야구 같은 단체종목은 계약협상 시 에이전트의 개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골프나 스케이팅 같은 개인 종목은 에이전트에 관한 규칙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국내 활동 선수의 에이전트는 용품 협찬과 광고출연 관련 업무만 제한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망이 어두운 것은 아니다.
스포츠의 세계화로 해외에서 활동하는 국내선수,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선수가 늘면서 스포츠 에이전트의 활동무대가 넓어졌다. 국내에서도 스포츠의 활성화와 함께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 도입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의 경우 에이전트 문화가 가장 잘 자리 잡은 분야는 축구다. 축구는 협회 차원에서 에이전트 제도를 공식 채택하고 있는 유일한 종목이다.
축구 에이전트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최하는 에이전트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FIFA 산하 각국 축구협회가 주관해 치르는 인증시험은 FIFA 국제규정 12문항, 자국의 규정, 민법과 관련한 5문항이 출제되며 철저한 사례 위주로 구성된다.
이 중 FIFA 규정문제는 모두 영어로 출제되며, 40점 만점에 26점 이상을 얻어야 합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3월이나 9월에 한 번 치러지는 이 시험에 합격한 FIFA 공인 에이전트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선수의 이적에도 관여할 수 있는 자격을 갖는다. 시험을 거치지 않더라도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거나 선수의 직계 가족인 사람은 에이전트로 활동할 수 있다.
전직 운동선수나 스포츠 신문기자 등 스포츠 관련업계에서 일했던 사람이 경력과 인맥을 바탕으로 에이전트가 되는 경우도 있다.
반드시 체육관련 학과를 전공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업무처리 과정에서 관련지식이 많이 활용되므로 경영학과나 법학과를 전공해도 유리하다. 체육관련 학과를 전공하지 않은 경우, 체육학과나 사회체육학과에 개설된 스포츠경영이나 스포츠마케팅론, 스포츠 심리학 수업을 수강해두면 도움이 된다.
연봉협상은 거액이 오고 가는 자리인 만큼 에이전트의 한 마디가 선수의 연봉을 결정짓는다. 스포츠 에이전트에게 세심한 준비성과 대담함이 요구되는 이유다. 그리고 외국어 능력을 겸비하고 있으면 해외 선수 및 구단과의 협상에 유리하다.
(출처) 대한체육회/체육간행물/2016년 9월호/클릭!스포츠/스포츠 in&out (원석을 보석으로 바꾸는 연금술사 ‘스포츠 에이전트’) (https://www.sport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