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읽다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 입에 담아 봤을 대표적인 마음의 병, 바로 ‘화병’입니다. 화를 참는 것이 흡연이나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보다 건강에 해롭다고 화병을 마음의 암 ‘심암’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한국 특유의 증후군으로 인정받은 화병에 대해 알아볼까요

 

 

한국 특유의 정서 ‘한(恨)’에서 시작된 질병

 

 


아무 이유 없이 가슴이 뜨거워지거나 답답하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경험을 하신 적이 있나요? 특히 그런 증상이 한밤중에 더 심해져서 잠을 이루지 못한 경우가 있으신가요? 이런 경우에는 일단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아주 심각한 위험을 의미하는 증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병원 에 가서도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으셨다면, 당신은 어쩌면 ‘화병’에 걸려 있는지도 모릅니다.


한때 미국 정신과진단기준표(DSM)에도 화병‘Hwa Byung’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질환으로 인정된 적이 있을 정도로(현재는 제외되었다) 화병은 상당히 널리 알려진 한국 특유의 심리적 질환입니다.

 

 

현재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화병을 우울증의 일종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화병은 우울증 중에서도 몸을 통해 우울증이 많이 표현되는 유형인 셈입니다. 이 화병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화병의 원인으로 한국 특유의 정서인 ‘한(恨)’을 지적합니다.

 

한이 많이 쌓일수록 화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이 생겨 나는 원인을 알면 화병의 원인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한은 언제 생길까요?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우선 분노라는 감정이 생깁니다. 분노는 내게 부당한 처사를 한 상대방을 공격하게 만듭니다. 이 과정은 지극히 당연한 생존본능입니다. 즉, 우리의 DNA 속에 부당함에는 분노와 공격으로 대응하려는 본능이 잠재해 있는 것입니다.

 


화병의 원인인 ‘한’은 부당한 대우를 받고서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못했다는 점에서 원한과 비슷하지만,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원한과 다릅니다. 원한의 대상인 원수는 아주 명확한 존재입니다. 대상이 분명하니까 내가 할 일도 간단합니다.

 

나에게 나쁜 짓을 하고도 멀쩡한 원수를 찾아 복수를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단지,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는 경우가 많을 뿐입니다. 그러나 ‘ 한 ’ 의 상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내가 억울하고 한이 쌓인 이유도 명쾌하게 밝힐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느 정도는 사회에서 내게 주어진 역할이 그런 경우도 많고, 수많은 다른 사람들이 같은 대우를 받으면서도 묵묵히 살아가기도 합니다.

 

결국 내가 의존하고 살아가야 하는 사회가 굴러가기 위해서 필요로 하는 것들이 이어지다 보니 내 억울함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렇게 상황이 모호하니 받아치기도 막막합니다. 내가 부당함에 항의하려고 들면 ‘왜 남들은 가만히 있는데 너만 그러느냐’는 더 부당한 지적이 돌아옵니다.

 

 

 

‘마음의 암’ 화병,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화병이 한국 사회 특유의 질병이라는 얘기는 결국 우리 사회가 화병을 유발하는 환경을 만든다는 뜻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화병 환자는 여성이 남성보다 4배 이상 많고, 가장 많이 발병하는 연령대는 50대라고 합니다. 즉, 50대 여성이 화병 위험군이라는 얘기이며 이 집단에게 가장 많은 한이 쌓여 있다는 얘기입니다.


화병 그 자체는 심리적인 질환이지만, 그냥 마음의 병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화병에 걸리면 맥박수와 혈압이 높아져 심장과 혈관에 무리를 가합니다. 또한 분노를 참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므로 위궤양을 비롯한 소화기계 질환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덧붙여, 일상생활 도중에 화병 증상이 자주 나타나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에도 장애가 생깁니다. 그러니까 화병은 그 자체도 문제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몸의 질병과 삶의 질의 저하는 더 심각합니다.


화병을 심암(心癌), 즉 ‘마음의 암’이라고 까지 부르는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화병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감정을 통제하고 생산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을 배우는 게 도움이 됩니다.

 

모든 감정은 행동의 동력입니다. 분노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그것이 주변을 파괴할 수도 있지만, 강력한 추진력과 성취욕구의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출처) 대한체육회/2018년 12월호/스포츠하이라이트/스포츠칼럼 (참고 또 참으면 병이 된다? 한국인의 흔한 "화병")

(https://www.sport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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