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수영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마린보이’ 박태환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제100회 전국체전에서 박태환은 대회 4관왕을 휩쓸면서 여전히 건재한 수영 황제임을 세상에 알렸다.
개인 통산 39번째 전국체전 금메달을 수확하면서 체전 수영종목 최다 금메달 기록을 경신하며 새 역사를 쓴 박태환. 불모지에서 피어난 한국수영의 꽃인 그의 이름 석 자는 대한민국을 울린 감동과 환희의 다른 이름이다.
박태환 선수는 16살이던 2005년 전국체전 4관왕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이번 전국체전에서 39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며 체전 통산 수영 종목 최다 금메달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미 어린 시절부터 전국체전을 휩쓸며 ‘수영천재’로 주목받았던 박태환 선수는 2007년 멜버른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자유형 400m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수영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당시 아시아에서 올림픽 수영 자유형 우승자가 나온 것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 자유형 1,500m에 출전한 데라다 노보루 선수 이후 72년 만에 처음이었다.
남자자유형은 수영의 주요 종목이지만, 동양인들에게는 불모지나 다름없었기에 세계 유수의 언론은 박태환의 우승 소식을 앞 다투어 전했다. 그렇게 ‘마린보이’는 올림픽 금메달로 세계 수영 역사에 길이 남을 한 획을 그었다.
하지만 이후 그의 수영 인생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을 오가며 부진과 부활이 반복됐고, 런던올림픽에서는 올림픽 2연패를 노렸지만 예선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했다가 뒤늦게 번복되는 일을 당하면서 자유형 200m와 4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는 금지약물 복용으로 적발돼 명성에 흠집이 나기도 하는 등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태환은 여전히 불모지에서 피어난 한국 수영의 간판이다.
우리나라에서 올해 처음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도 박태환 선수가 씨앗을 뿌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가 수영 역사에 남긴 영향력은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박태환 선수는 초등학교 4학년이던 1999년, 제27회 해군참모총장배 전국수영대회 개인혼영 200m에서 대회신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후 소년체전 자유형 경기는 그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200·400·1,500m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1등이었다. 마침내 2004년에는 한국수영사상 최연소로 아테네올림픽국가대표에 선발되는 영광을 누렸다.
전국체전과 그의 인연은 경기고 재학 시절인 2005년부터 시작됐다. 그의 전국체전 레이스는 2005년 이후 지난해까지 14년째지만 그사이 남자 자유형 개인종목에서 박태환을 넘어선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지난 14년 동안 참가한 7차례 대회에서 박태환 선수는 남자 자유형 200m와 400m 금메달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 계영 400m, 800m, 혼계영 400m를 포함해 출전하는 종목에서 대부분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저에게 남다른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고요. 다만 포기하지 않고 항상 열심히 훈련에 임하는 것이 저의 강점이라고나 할까요. 해외에서 동료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다보면 매일같이 고된 훈련을 소화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기록을 깨는 것도 너무나 힘든 일이지만, 뒤처지지 않는 선수로서의 몸과 기록을 유지하는 것 또한 쉬운 길이 아닌 걸 알기에 매일같이 최선을 다하면서 훈련해왔습니다. 힘들 때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제 자신을 속이지 않으면서 해왔던 훈련들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그를 만든 것은 이런 꾸준한 노력 외에도 남다른 멘탈 관리가 한몫을 했다.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부정출발로 실격처리가 됐지만 그는 좌절하는 대신 ‘다음 번에는 꼭 정상에 서리라’고 이를 악물었다.
‘2004년의 실패가 나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말하는 그는, 부정출발에 대한 트라우마 대신 부단한 반복훈련으로, ‘세계에서 가장 스타트가 빠른 선수’ 중 한 명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수영 선수로서 이미 이룰 수 있는 꿈은 모두 이룬 것 같지만 여전히 새로운 기록을 향해 도전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는 그는, 그것이 선수로서 가져야할 태도이자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천재’의 정의를 매일같이 스스로 확인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
그에게 행복과 성취, 좌절과 기쁨이란 감정을 모두 느끼게 해줬기에 수영은 삶 그 자체이고 전부라고 말하는 박태환 선수. 경기장에서 스타트 신호와 함께 힘차게 물속으로 뛰어드는 그가 건재하는 한, 대한민국 수영은 단단하고 깊은 뿌리로 흔들리지 않는 꽃처럼 영원히 피어날 것이다.
(출처) 대한체육회/체육간행물/2019년 10월호/스포츠하이라이트/스포츠칼럼 (영원한 마린보이 박태환 수영선수) (https://www.sport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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