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나 PGA, LPGA 메이저대회 등 굵직굵직한 프로 스포츠 경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샴페인이다.
정상에 선 선수들은 한결같이 샴페인을 터뜨리며 승리를 자축한다. 엄청난 강도의 훈련을 참아내며 마침내 세계 1인자로 우뚝 선 그들에게 버블이 폭죽처럼 터지는 샴페인은 마치 불꽃놀이처럼 축하의 자리를 더욱 빚내준다.
스포츠 스타들은 왜 샴페인을 터뜨릴까. 샴페인이 바로 ‘왕의 와인’이기 때문이다. 샴페인에 얽힌 재미있는 역사와 일화가 있다.
샴페인은 프랑스 파리에서 동쪽으로 차로 1시간 30분가량 떨어진 샹파뉴 지방에서 만드는 버블이 녹아 있는 와인이다. 샹파뉴의 영어식 발음이 샴페인이다.
프랑스 상파뉴 아르덴 주의 중심도시 랭스에 있는 랭스 노트르담 성당은 프랑스 역대 국왕들의 대관식이 열렸던 역사적인 곳이다.
프랑크 왕국의 초대 왕 클로비스가 496년 가톨릭교 주교 생 레미에게 세례를 받은 곳이 바로 랭스 대성당으로 샤를 10세까지 프랑스 왕들의 대관식이 이곳에서 열렸다. 현재 랭스 대성당에는 역대 프랑스 왕들이 유물들이 보관되고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왕위 계승을 둘러싼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전쟁 말기. 프랑스 왕 샤를 7세는 랭스 대성당에서 대관식을 올리지 못해 왕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프랑스 루아르 지역의 시농성에 피신해 있었다.
샤를 7세가 대관식을 올릴 수 있게 한 장본인이 잔 다르크다. 잔 다르크는 시농성에 숨어 지내던 샤를 7세를 설득해 군대를 일으켰고, 영국군이 포위하던 랭스를 되찾아 샤를 7세가 정식으로 왕관을 쓰게 만들었다.
하지만 잔 다르크는 나중에 샤를 7세로부터 배신을 당해 결국 마녀로 몰려 당시 영군에 빼앗겼던 프랑스 루아르 지방에서 화형에 처해지고 만다.
이처럼 상파뉴는 왕의 역사와 아주 밀접한 도시여서 이곳에서 생산되는 샴페인이 왕의 와인이라는 별칭을 얻게 된 것이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왕의 자리’에 오른 스포츠 스타들이 샴페인을 터뜨리는 배경이기도 하다.
샴페인의 역사에 중요한 두 명의 인물이 있다. 돔 페리뇽과 뵈브 클리코 퐁사르당 여사다. 최고급 샴페인의 대명사 돔 페리뇽은 샴페인을 최초로 만들어 낸 인물이다.
페리뇽은 17세기 프랑스 상파뉴의 베네딕틴 오빌리에 수도원에서 와인을 양조하던 수도사 피에르 페리뇽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페리뇽은 시각장애인으로 발효될 때 나는 ‘툭탁툭탁’하는 소리가 멈추자 발효가 다 된 것으로 판단하고 와인을 유리병에 담아 지하 셀러에 보관하곤 했다. 그런데 다음 해 봄에 갑자기 와인병이 펑펑 터지기 시작하자 페리뇽은 “신이 노하셨다”며 깜짝 놀랬다.
상파뉴는 추운 지역이라 섭씨 10도 밑으로 기온이 떨어지면 와인 발효가 중단되는데 봄에 다시 기온이 올라가자 효모가 다시 활동하면서 버블이 만들어졌고, 압력을 견디지 못해 와인병이 터진 것이다.
페리뇽은 입안에서 터지는 와인을 마시고는 “나는 지금 별을 마시고 있다”며 황홀감에 빠졌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도 상퍄뉴 이외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은 크레망이라 부르고, 이탈리아는 스푸만테나 프로세코, 스페인은 까바, 독일은 젝트라고 부른다. 무턱대고 샴페인이라 부르면 안 되는 이유다
(출처) 대한체육회/2017년 8월호/클릭!스포츠 (승리의 와인, 샴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