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읽다

사상 첫 올림픽 연기… 누구도 겪어보지 않은 새로운 사태

 

 

코로나19의 발생으로 7월 도쿄 올림픽의 연기가 결정되었다. 그간 취소된 올림픽은 동계올림픽과 하계올림픽을 모두 합쳐 총 5번이다. 이에 선수들은 올림픽 준비 계획을 다시 수립하며 정신력과 긴장감 유지를 위해 노력 중이다.

 

2019년 12월 중국에서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이 감염병이 7개월 남은 도쿄올림픽에 영향을 주리라고 생각한 이는 지구촌에 거의 없었을 것이다.

 

2020년 새해가 밝자마자 중국, 동남아시아, 한국을 거쳐 유럽, 북미대륙으로 급속도로 확산한 이 전염병의 이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져가던 추이를 면밀하게 살피던 세계보건기구(WHO)는 우리나라 시간 3월 12일 새벽에서야 ‘팬데믹’,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이 홈페이지에서 전한 코로나19 사태 현황을 보면, 4월 3일 기준 206개 나라에서 약101만 6천 400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약 5만 3천명이 숨졌다.

 

발생 초기 코로나19로 신음한 세 나라 중 우리나라만 효과적인 방역, 철저하고 신속한 검사로 어둠의 터널 끝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디딜 뿐, 이란, 이탈리아는 여전히 코로나 공포에서 제자리를 맴돌았다. 뒤늦게 코로나19에 습격당한 스페인과 미국은 최악의 위기에 놓였다.

 

미국 보건전문가들은 앞으로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가 최대 24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2020년의 첫 석 달 동안 벌어진 일이다. 전 세계 스포츠는 모두 중단됐다.

 

 

 

선수, NOC에 ‘떠밀린’ IOC와 일본 정부, 도쿄올림픽 연기 선언

 

 

도쿄 하계올림픽도 예외일 수 없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여러 종목의 지역 예선전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도쿄올림픽의 4대 축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도쿄도(都) 정부, 그리고 일본 정부다. 특히 올림픽 개최 결정권을 지닌 IOC와 일본 정부를 향해 선수들과 각 나라 국가올림픽위원회(NOC)가 아우성을 쳤다.

 

코로나19 때문에 유럽과 북미 대륙 국가는 집단 감염을 저지하고자 다중 이용 시설의 폐쇄를 명령했다. 한국, 중국, 일본의 국가대표 선수들은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과 같은 최첨단 집약 시설에서 합숙 형식으로 훈련한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 선수들은 개별적으로 개인 훈련을 하다가 자국 대표 선발전에 출전하고 잠시 대표팀 합동 훈련을 하고 국제대회에 나간다. 훈련할 공간을 찾지 못한 선수들은 이대로는 도쿄올림픽을 제대로 준비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도 IOC와 일본 정부는 올림픽 개막까지 4개월이 남았다며 ‘급격한 결정’을 내리지 않고 올림픽을 예정대로 치르겠다고 버텼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3월 17~19일 종목별 국제연맹(IF) 대표, IOC 선수위원을 비롯한 선수 대표, NOC대표와의 연쇄 화상회의에서 이런 뜻을 강조했다. 그러자 선수들과 NOC가 참았던 분노를 폭발했다.

 

노르웨이올림픽위원회, 브라질올림픽위원회, 스페인올림픽위원회가 도쿄올림픽 연기를 강하게 촉구했다. 현직 IOC 선수위원은 선수의 안전과 건강을 무시한 “무책임하고 무감각한 결정”이라고 바흐 위원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결정타는 캐나다와 호주가 날렸다. 두 나라는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내에 도쿄올림픽이 열린다면 선수단을 보내지 않겠다고 ‘보이콧’을 선언했다.

 

하계 올림픽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육상협회, 수영연맹, 체조협회마저 연기를 요청하자 IOC가 바빠졌다. 급격한 결정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지 일주일도 안 된 3월 24일, 바흐 위원장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도쿄 올림픽을 1년 연기하기로 전화 통화로 합의했다.

 

선수들과 NOC, IF는 즉각 이를 환영했다. 최대 4주가 걸릴 것이라던 도쿄올림픽의 새 일정은 3월 30일에 나왔다. 2021년 7월 23일부터 8월 8일까지 열겠다고 IOC와 도쿄올림픽조직위는 발표했다.

 

명칭은 그대로 ‘2020 도쿄올림픽’이다. 이미 올림픽 메달, 각종 기념품에 ‘2020년’ 로고를 새겨 제작했기에 새로 만들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내년 5~6월 일본의 선거 일정, IOC에 거액의 중계권료를 지불한 미국 방송사 NBC의 의중이 새 일정 확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 NBC는 미국프로농구(NBA) 등 자국의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가 끝나는 여름을 올림픽의 최적기로 판단했다.

 

새로 정해진 올림픽 개회일과 폐회일은 올해보다 하루씩 빠르다. 사실상 7월 24일 개막해 8월 9일 끝내기로 한 올해 일정과 거의 같은 시기에 열리는 셈이다.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근대 올림픽이 태동한 이래 동·하계 올림픽이 연기된 것은 124년 만에 처음이다. 전염병으로 대회가 연기된 것도 역시 최초다. 그간 동계올림픽(1940년, 1944년), 하계올림픽(1916년, 1940년, 1944년) 합쳐 5번의 대회가 1, 2차 세계대전으로 취소됐다.

 

일본은 1940년 동·하계올림픽을 모두 자국 삿포로와 도쿄에서 치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1937년 중국을 침략해 중일전쟁을 유발한 대가로 올림픽 개최권을 모두 반납했다. 일본이 ‘이번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된 것일 뿐 절대 취소는 아니다’라고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배경엔 두 번의 취소 경험이 있다.

 

 

 

3주 안에 올림픽 예선 일정 확정...연기 추가 비용 놓고 IOC·일본 ‘신경전’

 

 

IOC는 IF와 협의로 앞으로 3주 안에 올림픽 자격 예선 일정을 새로 짤 예정이다. 올림픽 티켓을 어떻게 배분하느냐는 IOC와 IF가 풀어야 할 숙제다.

 

IOC는 도쿄올림픽 출전 선수를 1만1천명으로 추산하고 이 중 57%가 이미 출전 티켓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나머지 43%의 주인공이 올림픽 지역 예선과 종목별 세계 랭킹 포인트가 걸린 국제 대회에서 가려진다.

 

복싱, 레슬링, 유도, 육상, 수영 등 여러 종목의 출전자들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해당 종목의 IF는 올림픽 출전 기준 기록 달성 시점, 세계랭킹 포인트 부여 시점 등을 새롭게 정하고 코로나19 진정 추이를 봐가며 국제 대회 개최 날짜와 올림픽 예선전 일정을 발표할 참이다.

 

IOC는 먼저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57% 선수들의 권리를 인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IOC는 이들이 2021년이 아닌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며 당연히 출전의 우선권을 갖고 있다는 태도를 취했다. IOC는 이런 취지에서 ‘나이 제한’을 없애달라는 대한축구협회의 요청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올림픽 남자 축구의 경우 출전 선수의 나이를 23세 이하(U-23)로 제한한다. 올림픽 예선, 본선에는 23세 이하 선수만 뛸 수 있다는 원칙이다.

 

한국은 올해 초 도쿄올림픽 예선을 겸한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달성하고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대표 선수들의 주축은 1997년생, 만 23세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올림픽이 전염병 확산이라는 불가항력 상황 탓에 1년 연기되면서 이들의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내년이면 24세가 되기 때문이다. IOC는 이들 역시 2020년 올림픽 티켓을 획득한 것이기에 올림픽이 2021년에 열리더라도 본선 무대에서 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 결론은 FIFA가 내린다. 일각에선 IOC의 원칙이 확고하기에 FIFA가 나이 제한을 일시적으로 풀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4개월 남았던 올림픽이 1년 4개월 후로 미뤄짐에 따라 선수들은 올림픽 준비 계획도 다시 짜야 한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정신력과 긴장감을 어떻게 유지하느냐다.

 

몸도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만큼 신체 균형을 내년 올림픽까지 꾸준히 지켜가는 선수가 메달의 영광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초유의 사태이기에 선수와 지도자가 어느 때보다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촘촘히 짜야 한다.

 

올림픽 연기에 따른 추가 비용 분담 문제는 IOC와 도쿄올림픽조직위가 풀어가야 할 난제다.

 

일본 정부 12조, 도쿄도 정부 16조, 도쿄올림픽조직위 약 7조원 등 일본 세 단체가 도쿄올림픽에 투자한 돈은 무려 35조원에 달한다.

 

 

교통망, 숙박시설 확충 등에 소요된 사회간접자본(SOC)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여기에 올림픽 1년 연기로 추가로 사용될 비용은 적게는 3조원에서 많게는 7조원으로 추산된다.

 

도쿄도 정부와 도쿄올림픽조직위는 이 돈을 일본만 전담할 수 없다며 IOC도 분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IOC는 일본 정부의 요청으로 올림픽이 연기된 것이므로 IOC가 비용을 책임질 이유는 없다고 맞서는 형국이다.

 

실제 올림픽 연기는 아베 일본 총리가 IOC에 1년 정도 연기를 제안하고, 바흐 IOC 위원장이 이에 합의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IOC가 먼저 추가 비용을 내겠다고 나서지 않는 이상, 경기장 대관, 인건비 지출 등에 소요되는 추가 비용은 일본 측이 오롯이 부담할 가능성이 크다.

 

그밖에도 입장권 환불, 이미 확보한 자원봉사자 인력의 내년 스케줄, 내년 대관 예약이 끝난 일부 경기장과 시설의 사용 문제 등 도쿄올림픽조직위가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한 상태다. 

 

(출처) 대한체육회/체육간행물/2020년 4월호/스포츠하이라이트/스포츠칼럼 (사상 첫 올림픽 연기…

누구도 겪어보지 않은 새로운 사태) (https://www.sport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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