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읽다

언더독은 투견장에서 아래에 깔린 개를 말한다. 누르는 개는 탑독이다. 스포츠에서 언더독이 승리를 차지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1위와 무려 10타차를 뒤진 프로골프의 양용은선수는 마지막 날 결국 우승을 차지했고, 유로 2016에서 인구 33만의 아이슬란드가 8강에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객관적으로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약자가 놀랄만한 힘을 발휘해 승리하면 대중들은 ‘드라마’, ‘기적’이라며 열광한다.

 

 

승자를 향한 패자의 역습

 

 

사회학적으로는 언더독이란 절대적인 강자가 존재할 경우 약자가 이기기를 바라는 현상을 말한다. 이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48년 미국 대선이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던 해리 트루먼에게 동정표가 몰려 토머스 두이를 꺾고 당선되자 언론에서는 이를 언더독 효과라 칭했다.

 

언더독은 시작은 초라하지만, 역경에 도전해 극적으로 성공 한다는 스토리를 갖고 있다. 이는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대다수의 개인은 약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공감은 더하다. ‘혹시 나도…’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실험에서는 언더독의 성공을 담은 영화를 보여준 뒤 초콜릿을 고르게 했더니 70%의 실험자가 유명기업보다 중소기업의 제품을 선택했다는 결과도 있다.

 

 

각본 없는 드라마, 스포츠에서는 언더독 현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불공정성의 회복(Fairness)과 정의감의 발로(Justice)를 ‘언더독 효과’의 주요 동기로 설명한다.

 

대결에서 한 쪽이 상대에 비해 너무 뛰어나면, 대중들은 ‘불공평’하다는 마음을 갖는다. 강자를 견제하고 약자를 동정하는 마음에 상대편을 응원하게 되면서 심리적인 균형을 맞춘다는 설명이다.

 

한편으로는 예상치 못한 반전이 주는 쾌감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언더독의 승리에 기쁨이 배가 된다는 것이다. 반면 패했을 경우,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 크게 실망하지 않는다.

 

 

 

절대강자 탑독, 함정에 빠지다

 

 

큰 경기가 탑독에게 오히려 불리하다는 ‘재정의’가설이 있다. 가령 홈에서 큰 경기를 앞둔 강팀은 이미 스스로 ‘승자’라고 규정한다. 객관적인 우세와 홈팬의 압도적인 응원에 승리를 기정사실화 한다.

 

이럴수록 작은 변수에도 팀은 크게 흔들린다. ‘지는 것 아닌가’, ‘빨리 이겨보자’라는 결과목표를 재정의 하면서 팀은 자멸하고 만다.

 

E형? T형?

 

경쟁에서 성공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E형과 T형으로 나눈다.

 

단순히 이기면 잘한 것이라 생각하는 E형은 남과 비교하는 말과 행동을 자주한다. ‘누구는 어떠한데 너는 왜 그러냐?’, ‘누가 너보다 더 잘하더라’ 등의 말과 생각은 E형에 해당한다.

 

반면 잘하고 못하고 기준을 자신의 내부에서 찾으면 T형이다. T형은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도전을 했는지, 이전에 비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를 기준으로 성공을 정의한다. 즉, 외부기준과 관계없이 스스로 잘하면 성공이라고 믿는다. 축구의 구자철 선수가 대표적이다.

 

‘기준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있다’라고 믿고 스스로 도전하고 향상하는 것을 중시한다. T형은 꾸준히 향상되기에 좋다. 승패를 모두 교훈으로 삼고 향상 그 자체를 중시하고 과정을 즐긴다.

 

E형은 잘 될 때만 잘 된다. 잘될 때는 자신감이 높아지지만 안 되면 자신감이 위축되고 회피한다. T형의 부피를 키운다면 언더독 위치에서 지속적인 향상의 방향으로 가게 된다.

 

 

‘도전-노력-향상’ 과정이 중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라는 이순신 장군의 말은 도전자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정신자세다. 상대가 강하니 이기기가 어렵다. 그러니 결과는 내려놓는다. 다만 죽음을 무릅쓰고 굳세게 버티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객관적으로 승리가 어려웠던 전투는 승리로 끝났다. 결과를 미리 나쁘게 판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전투를 유리하게 하기 위해 처절하게 집중한 것이 승리의 요인이었다.

 

 

요즘 사람들을보면 유독 결과에만 집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결과가 중요한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늘 좋은 결과만 얻을 수는 없기 마련이다. 중간목표를 정해 하나씩 달성하는데 집중하면 언더독도 충분히 강해질 수 있다.

 

그 과정에 힘을 쏟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궁극의 목표에 도달한다. ‘도전했는가?’ ‘노력했는가?’ ‘향상되었는가?’를 기준으로 삼으면 누구나 강해질 수 있다. 남과 비교하면 아마추어이지만 자신과 비교하면 프로가 되기 때문이다.
 

(출처) 대한체육회/2016년 7월호/클릭!스포츠/스포츠 in&out (언더독, 약(弱)자가 강(剛)해질 수 있는 이유)

(https://www.sport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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